“5년간 어지럼증으로 고생했는데 MRI, CT, 귀 검사 모두 정상이라고 나왔어요. 의사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는데, 집에서 쉬고 있어도 어지러워요. 머리만 돌리면 세상이 빙빙 돌고, 걸을 때마다 중심을 잡기 어려워 정말 힘듭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붕 뜨는 느낌이에요. 고개를 돌릴 때마다 중심이 흔들리고 목이 뻣뻣해요. 두통과 눈부심, 이명까지 생겨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병원에서는 계속 이상 없다고만 하는데…”
이처럼 복합적이고 심한 증상임에도 MRI, CT, 귀 검사, 혈액검사 등 여러 검사에서 특별한게 없거나 스트레스나 심리적 문제라는 얘기를 들었을 수 있습니다.
2022년 국제학술지 MEDICA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새로운 사실을 제시했습니다. 귀나 뇌가 아닌, 목 뒤 아주 작은 근육이 어지럼증의 숨은 원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Suboccipital Muscles, Forward Head Posture, and Cervicogenic Dizziness”, Yun-Hee Sung).
후두하근은 어지럼증의 숨겨진 범인?
후두하근, 움직임 보다는 감각센서
인체에서 모든 근육이 움직임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머리와 목이 만나는 부위에서 목 뒤 2cm 깊이에는 후두하근이라는 작고 짧은 근육들이 있습니다. 이 근육들은 머리를 움직이기 위한 근육이 아닙니다.
머리 위치를 감지하는 정교한 감각 센서로서 더 중요한 역할 합니다.
이 작은 근육에는 근방추라는 고유감각 수용체가 다른 근육보다 2-3배나 많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머리와 눈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뇌에 실시간으로 위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거북목이 정교한 감각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과정

습관화된 거북목 자세는 이 정교한 센서 시스템을 망가뜨립니다.
하루 8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우리의 목은 점점 앞으로 나가게 되고, 이때 후두하근은 지속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지속적인 단축과 긴장 상태에 놓인 후두하근의 근방추들은 점차 감도가 떨어지고, 정상적인 길이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과긴장 상태의 근방추가 실제 머리 움직임과 관계없이 움직임 신호를 지속적으로 뇌로 보내는 것이 문제의 시작입니다.
그 결과는 심대합니다.
뇌는 귀(전정기관), 눈(시각), 목(고유감각)에서 들어오는 세 가지 정보를 서로 일치시킬 수 없게 됩니다. 이런 감각 충돌을 통합할 수 없기 때문에 균형상태에 대한 기준을 잃어버립니다. 이것이 계속되는 어지럼증을 겪게되는 상황인 것이죠. 게다가 뇌에서 통합 오류가 반복되기 때문에 뇌 부하가 가중되어 전신 피로, 탈력감, 집중력 저하, 의욕 상실 등을 흔히 경험하게 됩니다.
반대로 치료를 통해 감각신호의 일치가 회복되면서 이런 동반 증상들이 어지러움의 회복과 같이 개선되는 것이죠(어지럼증 환자가 알아야 할 숨겨진 원인과 치료: 두개경추불안정).
후두하근과 뇌를 직접 연결하는 다리: Myodural Bridge
외부의 근육과 척추 내부의 뇌막(그리고 두개골내부)은 멀리 떨어져 따로 기능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후두하근이라는 작은 근육들은 뇌막과 직접 연결된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근막-경막 연결구조(Myodural Bridge)’라고 부릅니다.

이 연결 구조를 통해 후두하근은
- 뇌척수액의 흐름에 영향을 미칩니다
- 뇌막의 장력을 조절합니다
- 두개내압에 영향을 줍니다
거북목 자세로 인해 후두하근에 지속적인 긴장이 가해지면 뇌척수액의 원활한 펌핑작용이 방해됩니다. 그 결과 두통, 집중력 저하, 어지럼증까지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들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후두하근 어지럼증 특징
뒷목, 뒷머리가 늘 불편했다면 후두하근을 포함한 두개경추가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머리 움직임과 직결된 어지럼증
- 고개를 돌릴 때 즉시 어지러움 발생
- 거북목 자세를 취할 때 증상 악화
목 뒤 깊은 곳의 특징적 증상
- 후두부(머리 뒤쪽) 깊은 곳의 뻣뻣함
- 목과 머리 경계 부위의 압박감
후두하근이 어지럼증을 만드는 3가지 메커니즘
후두하근의 기능은 매우 특별하지만 대부분 간과합니다.
1. 감각 신호 혼란
- 정상: 눈, 귀, 후두하근이 모두 “안정”이라고 신호
- 장애 상태: 후두하근만 “흔들림”이라고 잘못된 신호 전달
- 결과: 뇌가 모순된 정보를 어지럼증으로 해석
2. 뇌척수액 순환 장애
후두하근이 뇌막과 직접 연결된 특수 구조로 인해
- 거북목 → 후두하근 긴장 → 뇌척수액 흐름 방해 → 머리 압박감과 어지럼증
3. 트리거 포인트 형성
누적된 긴장으로 생긴 통증 유발점이
- 삼차신경 자극 → 편두통
- 중추신경 과민화 → 이명, 눈부심, 메스꺼움
후두하근 기능장애는 실재하는 문제
“혹시 제가 예민한 건 아닐까요?”
오랜 기간 어지럼증으로 고생하며 이런 의문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예민함이나 심리적 문제가 아닙니다. 2022년 MEDICA 학술지 연구가 증명했듯이 목 뒤 2cm 깊이에 있는 후두하근의 문제는 실제 존재하는 원인입니다.
정교한 감각 시스템인 후두하근의 기능장애, 나아가 상부경추와 두개바닥 영역을 포함하는 두개경추불안정은 다양한 어지럼증의 배경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