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는 편평하고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것을 상식으로 믿었습니다. 몇몇의 지독한 노력과 발견으로 이 상식이 뒤집어지기 전까지 말이죠.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는 뇌 속에 독소물질은 계속 축적되고 신경세포는 죽어갈 수 밖에 없는 질환으로 여겨집니다. 말하자면 출구가 없는 터널에 들어선 것처럼 증상은 개선될 여지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말기단계를 향해 계속 굴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이것 역시 이제는 틀린 상식입니다.
“치매는 천천히 진행된다” 과연 맞는 믿음일까?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기억력 저하가 가장 흔하게 보입니다. 방금 들었던 이야기를 잘 잊어버리고 대화 중 단어가 쉽게 안떠올라 더듬거리기도 하고 길눈이 어두워지고 계산 실수가 잦아지기도 하고 집안일이나 개인 위생에 소홀해지는 경향 이 단계에서 불과 3~5년 정도 지나면 초기치매 단계로 진행됩니다.
- 최근 일을 반복해서 잊음 – 30분 전에 한 전화 내용을 완전히 기억 못함
- 같은 질문을 반복함 – “오늘이 며칠이지?” “점심 뭐 먹었지?” 를 계속 물어봄
-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음 – 동네 마트나 은행 가는 길을 자주 헷갈림
- 돈 관리나 은행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함
- 성격 변화 – 평소보다 의심이 많아지거나 고집이 세짐
- 사회활동 기피 – 모임이나 취미활동에 참여하기 싫어함
이 같은 초기치매 단계에서 시간 감각의 완전한 혼란, 장소 인식 불가,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중기치매 단계로 진행하는데에는 겨우 2~4년이 걸립니다.
가벼운 인지기능 저하를 느끼는 경도인지장애에서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말기치매까지 도달하는데 총 10-15년 정도 추정됩니다.
치매는 출구 없는 터널?
‘하루 두 번 알약을 챙겨먹는 것’
치매를 진단받고 정식으로 치료를 시작해보아도 이 정도가 전부인 상황에 마주합니다.
치료를 위해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지만 ‘진행을 늦추어 준다’는 약물과 인지훈련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다른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사례를 찾아보아도 비슷한 상황 속에서 점점 무거워지는 돌봄의 부담을 호소하고 있을 뿐입니다. 치매 돌봄을 감내할 수 있어도 치매가 점차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현실은 치매 그 자체 만큼이나 절망스럽게 합니다. 치매라는 질환 자체도 무겁지만 더 암울하게 하는 것은 이 질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희망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치매는 과연 이처럼 출구 없는 터널에 들어선 것일까요?
최근 10여년간 밝혀진 치매에 대한 3가지 사실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낡은 상식이 깨진 것처럼 기존의 관념을 허물어 뜨렸습니다.
- 뇌의 배수 시스템이 대부분의 치매에서 핵심 배경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 뇌 노폐물과 독소의 축적은 뇌 배수 기능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합니다
- 노화된 뇌에서도 배수 기능 개선이 가능하며 이는 치매 진행을 막고 증상을 개선하는데 관건이 됩니다
뇌의 배수 시스템이란?
2012년 뇌에도 ‘하수도 시스템’과 비슷한 노폐물 배출 기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글림프 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뇌척수액과 뇌 간질액의 교환을 통해 뇌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청소 시스템으로서 잠자는 동안 뇌에서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등 독성 물질을 씻어냅니다.

2015년 뇌경막 림프관의 존재가 명확히 확인되면서 뇌 배수 시스템의 퍼즐이 완성되었습니다.
뇌경막 림프관은 글림프 시스템에서 걸러진 노폐물을 담은 뇌척수액을 뇌 밖으로 배출하는 주요 경로입니다.

글림프 시스템은 뇌 내부의 노폐물 제거에 집중하고, 뇌경막 림프관은 뇌 외부로의 배출을 담당합니다. 이 둘은 서로 협력하여 뇌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혼탁한 오폐수에 잠긴 뇌는 치매의 배경 원인
뇌 배수 시스템의 기능 저하는 뇌 노폐물과 독소물질을 뇌 조직에 축적시키고 글림프 시스템을 망가뜨려 치매를 유발하고 진행시키는 배경 원인입니다.
Fluids and Barriers of the CNS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실제 살아있는 인간의 뇌척수액 순환을 측정한 결과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약 18-27%의 배출 기능 저하가 관찰되었습니다. 뇌척수액 배출이 저하되면 두개내 뇌척수액에 노폐물과 독소물질을 축적되고 뇌 조직에 침착됩니다. 침착된 독소물질은 노폐물 제거를 담당하는 별아교세포의 손상과 염증을 일으킵니다. 별아교세포가 손상되면 뇌 조직 내 배수를 담당하는 글림프 시스템의 기능이 더욱 떨어집니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뇌척수액 순환 및 배출 장애 → 노폐물 축적과 침착 → 뇌 조직 배수(글림프) 기능 저하 → 더 심한 노폐물 축적과 침착
이런 악순환으로 인해 배수 기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뇌는 혼탁한 오폐수에 빠진 상태가 됩니다.
- 노폐물 제거 효율이 70% 까지 감소
- 아밀로이드-베타 제거 능력이 55% 까지 감소
뇌 배수 시스템의 장애와 악순환은 전체 치매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뿐만아니라 루이소체 치매, 파킨슨병 치매에서도 1차 병인으로 작용하고, 다른 치매 유형에서도 2차적 악화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뇌 배수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두개경추불안정
지금까지 밝혀진 뇌의 노폐물이 배출되는 경로를 살펴보면,
- 뇌 조직에서 글림프 시스템은 뇌 노폐물을 걸러내 뇌척수액에 실어줍니다
- 뇌척수액에 실린 뇌 노폐물은 지주막하강에서 뇌경막 림프관으로 유입됩니다
- 이 림프의 흐름은 목 깊은 곳의 림프관과 림프절로 운반되고 비인두 영역의 림프망은 주요 허브 역할을 합니다
- 이 전 과정에서 뇌척수액의 원활한 순환과 배출은 뇌 노폐물 제거 시스템의 전반적인 기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두개내 경막, 두개바닥의 경정맥공, 두개경추접합부, C1-C2 상부경추, 전체 경추커브의 변형, 이탈, 긴장, 압박 등 두개경추불안정은 주변의 체액 흐름에 물리적 영향을 주어 뇌척수액과 림프 흐름의 역류, 지연 및 정체를 유발합니다. 두개바닥의 경정맥공, 심부의 경부 림프관, 비인두 림프망과 같은 주요 배출 경로에 영향을 주게 되면 뇌 노폐 배출에 심각한 정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뇌 실질의 노폐물을 뇌척수액에 걸러주는 글림프 시스템은 동맥운동, 호흡운동, 뇌척수액 펌핑을 원동력으로 작동합니다. 경추커브의 변형이 심하게 고착되었다면 동맥운동을 저하시키고, 후두하 근육의 경직과 비대는 뇌척수액 펌핑을 저하시킵니다.

노폐물을 담은 뇌척수액의 뇌경막 림프관으로의 유입이 뇌척수액의 순환장애, 뇌경막의 긴장과 비틀림에 의해 저하될 수 있습니다. 특히 두개바닥을 이루는 접형골, 후두골, 측두골, 사골의 미세한 움직임을 제한하고 경직되게 만드는 긴장은 두개내 경막에도 전달되게 됩니다.
뇌경막 림프관으로 모여든 뇌 노폐물이 가득찬 림프액은 두개바닥의 경정맥공, 비인두 림프망으로 배출되고 심부의 경부 림프관을 따라 내려갑니다. 두개바닥과 C1-C2 상부경추는 이 배출경로에 밀접히 연결되어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두개골이 C1 위에 바르게 놓이지 못하고 좌우로 이탈되거나 한쪽으로 회전된 상태, C1-C2 상부경추의 정렬이 흐트러진 채 고착된 상태, 이로 인해 경막과 근막이 장기간 영향을 받게 되면 두개바닥을 빠져나가 심부 경부로 내려가는 경정맥공과 비인두 림프망에서의 배출이 저하됩니다.
두개경추의 병변이 장기간 지속되어 후두하 근육, 경추 앞 심부 근육 및 근막이 경직되는 병적 상태에 있게 되면 심부의 림프 흐름이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후두하 근육은 두개경추접합부에서 상부경추에까지 이어지는 뇌경막과 직접 연결된 구조를 하고 있는데 머리 움직임과 함께 뇌척수액을 펌핑하는 역할을 합니다. 병적인 경직, 비대 상태는 이 펌핑기능을 저하시켜 뇌척수액의 운동성을 떨어뜨리고 글림프시스템에서의 노폐물 배출과 뇌경막 림프관으로 노폐물 유입을 어렵게 만듭니다.

뇌 배수 시스템을 개선시키는 두개경추치료
- 2021년 Cureus지. 두개골 중심의 수기치료로 두개내압 감소, 글림프 시스템 청소기능 향상.
- 2023년 Healthcare지. 수기 림프 배수법으로 뇌척수액 순환 개선, 뇌부종 효과적으로 감소.
- 2023년 PLOS Biology지. 감각 진동 자극으로 글림프 시스템 활성화.
- 2025년 Nature지. 기계적 경부 림프 자극으로 노화된 뇌의 CSF 배출량을 2배 증가시킬 수 있음을 입증.
비침습적 개입으로 뇌척수액 순환과 글림프 시스템 기능이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아가 노화된 뇌에서도 배수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두개경추치료는 두개경추 영역의 병리적 변화를 탐색하여 정상적 구조와 기능을 회복시키는 정교한 오스테오파시 수기치료입니다. 오스테오파시 치료는 약 150여간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인체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관점에서 진단과 치료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뇌 배수 시스템 장애의 치료는 뇌척수액 순환과 뇌 노폐물 배출의 정상화를 통한 뇌 기능 개선을 최종 목표로 합니다. 이는 단순한 목 치료가 아닌 뇌 건강을 위한 종합적 접근으로 이루어집니다.
두개골-경추1번(C0-C1) 영역. 두개골의 미세한 이탈과 변형을 정상화하고 두개바닥의 인대, 근막, 근육의 꼬임과 긴장을 완화합니다. 뇌줄기-척수 공간을 확보하고 척추동맥 압박을 완화하여 뇌척수액 흐름에 장애가 없어야 합니다.
경추1-2번(C1-C2) 영역. 상부경추의 부정렬을 개선하고 이탈된 분절을 정상화합니다. 이 부위의 부정렬과 이탈은 경정맥공, 비인두 림프망에 압박과 눌림을 유발하고 목혈관신경집의 동맥과 정맥에 영향을 줘 두개내 혈류 운동과 배수 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두개바닥 구조. 접형골, 후두골, 측두골, 사골 등 각 머리뼈의 미세한 움직임이 제한되면 두개내 경막에 불균형한 긴장이 발생하여 뇌 노폐물 배출을 방해합니다. 각 두개골 관절의 물림을 해제하고 경정맥공, 비인두 림프망에 압박이나 눌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경정맥공과 비인두 림프망. 경정맥공은 두개바닥의 핵심 배출구이며, 비인두 림프망은 뇌척수액 유출의 주요 허브 역할을 하므로 이들 경로의 압박을 해제하고 기능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후두하 근육군. 이 근육들은 뇌경막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머리 움직임과 함께 뇌척수액을 펌핑하는 독특한 역할을 합니다. 병적인 경직 상태에서는 이 펌핑 기능이 저하되므로, 정상적인 긴장 톤을 회복시켜 글림프 시스템의 노폐물 배출 기능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오스테오파시 수기치료는 무리한 꺾기나 강한 압박 없이 부드러운 접촉으로 이루어집니다. 구조와 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몸의 자가치유 능력을 깨우는 것이 핵심 치료원리입니다.
뇌 배수 시스템, 조기에 개선할수록 뇌 건강의 회복은 더 빨라집니다
뇌 배수 시스템에 장애가 생기면 뇌 조직에 독소물질이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뇌는 혼탁한 오폐수에 빠진 상태가 되고 치매라는 터널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 경도인지장애에서 초기치매로 진행하는데 3-5년
- 초기치매 단계에서 중기치매로 진행하는데 2-4년
- 경도인지장애에서 말기치매까지 진행되는데에는 총 10-15년
어느 단계에서든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뇌 배수 시스템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이가 많은데 치료가 의미가 있는지, 증상이 나아질 수 있을지..”
이런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뇌 배수 시스템 개선을 통한 치매 예방과 치료가 연령과 관계없이 가능하다는 과학적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2025년 Nature지에 발표된 논문은 이런 편견을 깨주었습니다.
이 논문은 노화된 쥐와 어린 성체 쥐를 대상으로 경부 림프관의 비침습적 기계적 자극이 뇌척수액 배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조사했습니다.
노화된 쥐는 노화 자체로 인해 어린 성체 쥐보다 약 30% 정도 뇌척수액 배출이 감소된 상태였습니다. 낮은 강도의 기계적 자극을 통해 뇌척수액 배출을 100% 늘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린 성체 쥐와 유사한 증가를 보인 것입니다. 이는 노화로 인한 뇌척수액 배출 감소라 하더라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021년 Nature지에 발표된 또 다른 논문은 고령의 알츠하이머 쥐에서도 뇌경막 림프 기능 강화로 아밀로이드 제거가 개선되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는 고령의 개체에서도 뇌 배수 시스템의 개선이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치매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닙니다.
경도인지장애부터 말기치매까지 10-15년의 진행 과정에서 조기에 개입할수록 뇌 건강 회복은 더욱 빨라집니다.
혼탁한 오폐수에 빠진 뇌를 맑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바로 치매 극복의 열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