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마다 바닥이 푹푹 꺼지는 느낌이에요.”
“몸이 둥둥 뜨는 것 같아서 중심을 잡을 수가 없어요.”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려서 벽을 잡고 걸어야 해요.”
어지럼증 환자분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입니다. MRI, CT 검사에서는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지만 일상은 여전히 불안정한 균형감으로 무너져 갑니다. 혼자 외출하기가 무서워지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하게 되며, 매일 반복되는 어지럼증 때문에 삶의 활력을 잃어갑니다.
붕 뜨는 어지럼증, 정말 원인이 없는 것일까요?
2025년 3월 국제신경학 학술지 Frontiers in Neurology에 발표된 한 연구가 이런 어지럼증의 숨은 원인을 제시했습니다(“Dizziness and neck pain”, De Hertogh, W., et al.).
목통증과 붕 뜨는 어지럼증
뒷목, 뒷머리, 어깨까지 늘 불편했지만 이것이 어지럼증과 관계가 있다는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목이 좀 뻣뻣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 개월 후부터 걸을 때마다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시작되더라고요. 어지럼증약을 먹어도 목이 불편하면 증상이 다시 심해졌어요.”
이런 경험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목과 어지럼증 사이의 연결고리를 알아채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어지럼증 환자의 최대 57%까지 목통증이 함께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통계적 수치 뿐아니라 목의 문제가 어지럼증을 직접 유발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뇌의 감각 불일치는 어지럼증이 계속되는 이유
우리 몸의 균형은 세 가지 시스템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유지됩니다.
- 시각 시스템: 눈으로 보는 공간 정보
- 전정 시스템: 귀 속 평형기관의 움직임 감지
- 고유수용 시스템: 목과 근육의 위치 감각
목에는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고유수용기가 다른 부위보다 2-3배 많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마치 GPS의 정밀 센서처럼 머리의 미세한 위치 변화까지 감지하는 역할을 하죠.
이 센서들이 잘못된 위치 정보를 뇌에 계속 전달하게 되면 눈은 “멈춰있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목만 “움직이고 있다”는 엉뚱한 메시지를 보내게 됩니다. 뇌에서 통합이 안되는 상황이 계속 되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 붕 뜨는 느낌
- 몸이 기울지거나 비틀거리는 느낌
- 걸을때 발이 바닥에 제대로 닿지 않는듯한 불안정감
- 고개를 돌리면 어지럽고 중심이 흔들리는 경험
- 지속적인 목통증이나 뻣뻣함
논문에서는 이 현상을 “감각 불일치(Sensory Mismatch)“라고 표현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뇌가 그 잘못된 신호에 익숙해지는 방향으로 적응하게 됩니다. 연구진은 이를 “중추신경계 잘못된 적응(Central Maladaptation)“이라고 설명합니다.
뇌에서 어지러움이 있는 상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감각 불일치의 회복은 붕뜨는 어지럼증 치료의 관건
붕 뜨는 듯한 어지럼증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바로 뇌가 받는 잘못된 감각 정보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일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목 근육의 긴장과 경직을 해소하고, 올바른 목 움직임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중요합니다. 고유수용기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면 뇌는 더 이상 잘못된 정보를 받지 않게 됩니다. 뇌의 ‘중추신경계 잘못된 적응’ 상태를 되돌려 어지러움이 없는 상태를 정상으로 다시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붕 뜨는 어지럼증을 겪고 있다면 목과 어지럼증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