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경추치료의 시작. 과연 터널의 끝이 보일 것인가
Sep 26. 2025
“아침마다 어지러움으로 벌벌 떨면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해요.”
2주 전. 60대 여성분이 내원하여 자신의 기나긴 병력을 풀며 정말 벗어나고 싶다고 한다.
30대, 40대, 50대 거치면서 한번씩 심한 어지럼증을 겪었고 그때그때 치료받고 괜찮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9년전쯤 이석증이 심하게 온 후로 지금까지 어지럼증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항상 어질어질, 붕뜨는 느낌, 어떨때는 뒤에서 나를 잡고 주저앉히는 느낌이다. 반년 전에도 이석증이 쎄게 와서 입원까지 했는데 퇴원한 후에도 어지럼증이 가라앉지 않는다.
신경안정제, 항우울증약을 4년 정도 복용해오고 있지만 이런 증상은 갈수록 더해진다고 한다. 신경안정제를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 혼자서 줄여보기도 했지만 그럴때마다 최악의 컨디션을 경험했다고 한다.
7년 전부터는 속도 안좋아져 위장에 풍선인지 돌인지 딱딱한 것을 달고 있는 느낌이고 음식물 넘기기가 힘들어졌다. 귀속에서는 벌레가 지나다는 듯 간지럽고 아프다.
이 환자분은 이 모든 얘기를 진료실 바닥에 앉은 채 이야기해야만 했다. 앉아서도 어지러움이 감당 안되기 때문에.
어지럼증, 두개경추 치료의 시작
천천히 베드로 이동해서 조심스럽게 촉진을 시작했다.
두개골이 좌측으로 이탈되어 있고 두개골과 상부경추 사이의 압박이 강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경추1번이 우측으로 치우친 채 고정되어 있었다. 후두하부터 목아래까지 근 경직이 심하고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다. 하부경추와 흉곽출구 영역에 인대와 근육이 꼬이고 긴장이 심했다.


두개골과 상부경추의 이탈은 뇌줄기 공간을 변형시킬 수 밖에 없다. 이런 조건에서 후두골의 인대, 근막, 후두하근 등이 정상적인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연부조직을 관통해서 뇌줄기로 들어가는 작은 혈관들이 압박, 비틀기, 당김 등 기계적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균형 유지를 위한 뇌의 감각통합과 뇌줄기가 충분한 혈액을 공급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에 직결된다(어지럼증 환자가 알아야 할 숨겨진 원인과 치료: 두개경추불안정).
한편 근육의 질이 타이트하게 위축된 부분과 끈적하게 물기를 머금은 상태는 체액 흐름에 오랫동안 장애가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두개골, 상부경추에서부터 위치와 움직임을 조정해나가고 심부의 인대의 긴장이 균형을 찾게 했다. 후두하부터 근육의 긴장톤도 조정해나갔다. 매 치료마다 조금씩 변화됨을 살펴나갔다.
과연 터널의 끝이 보일 것인가
오늘, 치료가 시작된지 2주째.
“아침에 어지러움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고 벌벌 떠는 것이 없어졌어요.”
걸음걸이나 자세 균형감도 처음보다는 나아보인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여전히 밀물과 썰물처럼 왔다갔다한다.
그래도 “똑같이 어지러워도 머리 속이 맑아진게 좋다”고 한다.
4년간 복용중이던 신경안정제를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최소한으로 줄였고 앞으로 이 악물고 끊어볼 생각이라고 한다. 신경안정제를 끊게 해달라고 한동안 매일 기도한 적이 있다면서 여기서 이렇게 기도가 이루어질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