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산혈증은 혈중 요산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것입니다. 요산의 정상 범위는 여성의 경우 6mg/dl 이하, 남성의 경우 6.5~7.0mg/dl 이하로 봅니다. 성인 남성의 경우 체내에 약 1200mg 정도의 요산이 존재하고 여성의 경우 그 절반 정도입니다. 요산은 수용성이지만 물에 녹지 않는 요산결정이 체내에 침착되어 있는 경우, 즉 통풍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요산 수치가 체내의 실제 상태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고요산혈증은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대사증후군이란 인슐린 저항성, 내당능 장애,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신장기능저하, 과체중, 내장지방 축적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대사증후군은 심장질환, 뇌졸중 및 혈관의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됩니다. 통계상 통풍이 없는 사람의 25%가 대사증후군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통풍 환자의 63%가 대사증후군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고요산혈증은 통풍 발병의 선행인자가 됩니다. 통풍이 발병될 때는 이미 고요산혈증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요산 수치가 정상 범위인데 통풍이 발병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인체에 요산이 필요한 이유
체내 요산의 양은 복잡한 기전에 의해 조절됩니다.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요산의 생성과 배출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루 생성된 요산 중 2/3는 신장을 통해 배출되고, 나머지 1/3은 장관내 박테리아에 의해 제거됩니다. 하지만 신장에서 배출된 요산의 상당한 양이 재흡수되는데 실제 소변으로 배출되는 양은 6~12% 정도입니다. 신장에서 요산을 대량으로 배출하지 않는 것은 요산이 단지 노폐물이 아닌 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인체가 요산에 집착하는 이유는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요산이 상당히 수명이 긴 항산화제에 속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비타민C의 경우 4시간 정도 유지되는데 반해 요산은 24시간 정도로 비타민C보다 6배 더 오래 기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화적으로 철분과 아연 흡수가 부족한 식이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채식 위주의 식이에서는 철분과 아연이 부족해지는데 철분의 경우 잔틴산화효소(Xanthine Oxidase)를 만드는데 필요한 성분입니다. 잔틴산화효소는 퓨린을 요산으로 바꿔주는 효소입니다. 체내 철분이 부족하면 잔틴산화효소도 부족해서 요산을 많이 못 만들게 됩니다. 아연이 부족해도 요산 생성이 저하됩니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체내에 요산이 늘 부족했기 때문에 재활용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체내의 항산화력이 부족해지거나 과다한 육류섭취로 철분이 많아지면 인체는 요산 생성을 늘리고 배출을 억제하게 됩니다. 평소 다양한 야채를 풍부히 섭취하고 붉은색 육류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요산이 많이 만들어지는 3가지 이유
고요산혈증은 요산 생성이 과다하거나 배출이 적거나 또는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요산 생산과 배출 중 어느 쪽이 더 문제일까요?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요산 생성은 10%, 요산 배출은 90% 정도로 고요산혈증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요산혈증에 요산 생성이 미치는 영향이 10%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저퓨린식이는 실제 요산수치를 낮추는데 그다지 도움을 주진 못합니다. 퓨린은 음식으로부터 30%, 체내 세포로부터 70% 정도로 체내에 유입되는데 결국 저퓨린식이는 요산 생성에 3% 수준밖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비록 요산의 과다 생성이 고요산혈증의 10% 정도를 차지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① 철분, 잔틴산화효소와 비타민C
잔틴산화효소는 퓨린이 분해되어 요산으로 전환되는 마지막 단계에서 작용하는 효소입니다. 잔틴산화효소가 많이 만들어지면 요산 생성이 증가하고 적게 만들어지면 요산 생성이 감소합니다. 그렇다면 잔틴산화효소가 많이 만들어지는 요인이 무엇일까요? 잔틴산화효소에는 철분이 필요합니다. 체내에 철분이 많아지면 이 효소의 생산이 촉진됩니다. 게다가 철분은 비타민C에 결합하여 비타민C를 소모시켜 버리게 됩니다. 요산은 철분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비타민C를 보호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철분 흡수가 많아서 철분의 농도가 높아지면 잔틴산화효소 생산이 늘어날 뿐아니라 비타민C 보호를 위한 조치로서 요산 생성이 촉발됩니다.
② 정제된 과당
과당은 단당류로서 과일과 야채에 많이 존재합니다. 설탕은 이당류로서 과당과 포도당으로 구성됩니다. 포도당과 달리 과당은 인슐린 분비를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당뇨환자에 좋은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포만감 호르몬인 렙틴을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이 섭취하게 되고 체중을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과당은 탄수화물 중에서 혈중 요산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는 유일한 탄수화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0대부터 과당에 의해 고요산혈증이 유발되는 메커니즘이 연구되었고 1993년 발표된 논문에서 과다한 과당 섭취가 고요산혈증을 유발하는 것이 밝혀져 있습니다.
사과를 통째로 먹을 때처럼 자연 그대로의 식품에 있는 과당을 섭취하는 것은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정제된 형태로 많은 양을 섭취할 때 인체에 심각한 손상을 끼치게 됩니다. 과당이 체내에 흡수되면 간에서 우선 처리되는데 글리코겐으로 전환됩니다. 과당이 많이 들어있는 음료, 과자, 가공식품을 먹게되면 간에 부담을 주게 되고 대사과정에서 빠르게 지방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방은 일부가 간에 침착되어 지방간을 일으키고 혈관에도 끼게 됩니다. 섭취한 과당의 30%가 최종적으로 지방으로 쌓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당 섭취를 반복할수록 체중과 혈압이 올라가고 결국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과당 섭취는 체내 생성되는 요산의 양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킵니다. 과당 섭취는 아주 짧은 시간에 요산 수치를 1~3mg/dl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과당이 대사되는 데에는 많은 ATP가 소모됩니다. ATP는 세포의 에너지원입니다. 과당이 ATP를 급속히 소모시키는 과정은 고요산혈증을 유발하는 배경이 됩니다. 과당은 간에서 대부분 대사되기 때문에 간 세포의 에너지가 단시간에 고갈되어 염증과 세포손상이 발생하죠. 이렇게 손상된 세포에서 나온 퓨린은 또다시 요산의 재료가 되어버립니다. 심한 경우 죽거나 손상된 세포들 영역에서 요산이 정상 수치보다 100배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고 염증성 물질로 작용하여 면역계를 자극하여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액상과당과 설탕은 통풍과 고요산혈증에서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③ 자유라디칼(Free Radical)과 만성 염증
세포가 손상되거나 죽은 부위에서는 요산이 정상보다 100배 이상 형성됩니다. 세포에 손상을 주는 자유라디칼과 같은 물질이 체내의 항산화력을 넘어서고 대규모의 세포 손상이 발생하면 막대한 양의 요산이 혈중으로 흘러들게 됩니다.
또한 고요산혈증의 배경으로 만성 염증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만성 염증은 낮은 수준의 면역반응으로 인한 손상과 이에 따른 회복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상태이죠. 세포의 손상과 회복이 장기간 계속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염증이 지속되면 면역력이 소모되고 면역반응으로 인한 자유라디칼이 축적되어 요산 수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요산의 과다한 생성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붉은 색 육류, 정제된 과당, 설탕을 줄이고 체내의 항산화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분이 많은 음식은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콩, 두부, 시금치, 굴, 닭고기, 육류, 사과, 바나나, 견과류 등) 이런 음식들을 모두 피할 수는 없습니다. 흡수가 쉬운 형태의 철인 헴철이 많은 붉은 색 육류나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액상과당은 정제된 과당이 고용량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세포 손상을 일으키기 쉽고 반복된 섭취는 염증의 만성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요산배출이 안되는 4가지 이유
고요산혈증의 90%는 요산 배출이 잘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요산 배출을 방해하는지 알아봅시다.
①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합니다. 혈당이 오르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죠. 인슐린 분비가 많아지면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밝혀져 있습니다.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키는 식습관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요산 수치를 오르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게다가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혈관 내피세포에서 생성되는 산화질소(NO)가 감소합니다. 산화질소는 혈관운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인슐린의 혈당 조절 작용에도 필요합니다. 산화질소가 부족해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 상황은 다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커질수록 요산 배출이 억제되고 요산 수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나아가 고인슐린혈증은 신장 기능을 차츰 저하시키는데 더 나아가 당뇨로 진행되면 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므로 요산 배출이 더욱 어렵게 됩니다.
② 정제된 과당
정제된 과당 섭취는 앞서 보았듯 요산 생성을 촉발시킵니다. 그런데 요산 배출을 감소시키기까지 합니다. 신장으로 수송되는 과정에서 과당이 요산과 경쟁하기 때문입니다. 과당이 많을수록 요산은 그만큼 배출이 억제됩니다. 또한 과당의 대사산물인 젖산은 요산 배출을 직접적으로 억제시킵니다. 술 마신 다음날 통풍 발작이 오는 것도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젖산이 축적되는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고농도의 과당은 세포의 에너지원인 ATP를 빠르게 소모시켜 버립니다. 세포가 손상에 취약해지고 염증이 유발되게 됩니다. 정제된 과당을 과량으로 반복 섭취하면 인체는 만성 염증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염증은 과당을 대사하는 간에서 주로 일어나지만 신장의 세포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③ 장내세균총
요산의 2/3는 신장을 통해 배출되지만 나머지 1/3은 소화관의 장내세균총에 의해 분해됩니다. 정제된 탄수화물, 설탕, 붉은색 육류, 가공식품 등을 자주 먹게 되면 장내세균총에도 영향을 주어서 요산을 분해할 세균총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건강한 장내 환경에 도움이 되는 평소의 식습관 관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④ 노화
통풍은 연령이 높은 층에 호발합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신장의 배출과 췌장의 인슐린 조절능력이 젊을 때보다는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세포의 교체와 죽음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요산에 대해 인체의 조절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관절의 결합조직이 약해지게 되어 요산결정의 형성이 쉬워지기도 합니다.
요산이 많이 만들어지고 반대로 배출이 잘 안되는 상태는 고요산혈증을 지속시키게 되고 통풍발작을 일으키기 쉬운 상황이 됩니다. 발목이나 발가락에 작은 외상이나 충격, 과로와 수면부족, 음주와 폭식, 스트레스, 추위 등 평소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던 요인들이 고요산혈증 상태에서는 통풍발작을 일으키는 강력한 트리거로 작용하게 됩니다.